- 어른들을 위한 동화
숲에 까마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까마귀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는 것.
까마귀는 매일 절벽 끝에 올라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저 산 너머로 갈 거야.”
그러면 옆에 있던 토끼가 말했다.
“거긴 위험해.”
다람쥐도 말했다.
“먹을 게 없을걸?”
사슴도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서 사는 게 편하지.”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리고 다시 둥지로 돌아갔다.
며칠 뒤 까마귀는 또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갈 거야.”
그러자 여우가 말했다.
“굳이?”
곰도 말했다.
“여기에도 먹을 게 많은데.”
부엉이가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길은 위험해 보이는 걸.”
까마귀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위험하지.”
그렇게 까마귀는
매번 새로운 꿈을 꿨고,
매번 같은 곳에서 살았다.
어느 날 숲에 큰 폭풍이 몰아쳤다.
강물이 불어나 홍수가 나고
숲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동물들은 모두 높은 언덕으로 피했다.
그런데 폭풍이 지나간 뒤
숲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늘 지나던 길은 끊겼고,
익숙했던 나무도 쓰러져 있었다.
까마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안전하다고 믿었던 길도 결국 이렇게 사라질 수 있구나.”
그날 밤 까마귀는 혼자 절벽 위에 올라갔다.
멀리 산 너머로 달빛이 보였다.
까마귀는 날개를 펼쳤다.
그때 토끼가 달려왔다.
“까마귀야!”
“응?”
“어디 가려고?”
“산 너머.”
토끼가 깜짝 놀랐다.
“정말 가려고?”
“응.”
“위험할 텐데.”
까마귀가 웃었다.
“알아.”
“길도 모르잖아.”
“알아.”
“그럼 왜 가?”
까마귀는 잠시 토끼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모르는 길을 가보고 싶어.”
토끼가 다시 물었다.
“만약 실패하면?”
까마귀가 말했다.
“그럼 돌아오지 뭐.”
그리고 절벽에서 날아올랐다.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세서
몇 번이나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까마귀는 겁이 났다.
‘괜히 왔나?’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까마귀야!”
토끼였다.
“돌아와!”
까마귀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미안해!”
까마귀가 외쳤다.
“이번에는 내가 정할게!”
그리고 더 멀리 날아갔다.
한참 뒤, 까마귀는 산 너머의 작은 들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숲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푸른 꽃들이 만연하고 맛난 열매들이 나무에 가득했다.
까마귀는 한참 동안 꽃밭을 바라보고 달콤한 과일들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이걸 아무도 몰랐네.”
잠시 뒤 까마귀는 혼잣말했다.
“아니.”
“아무도 몰랐던 게 아니라…”
까마귀가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도 와보지 않았던 거구나.”
그날 까마귀는 밤이 깊도록 그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숲으로 돌아왔다.
동물들이 몰려들었다.
“어땠어?”
“위험하지 않았어?”
“뭐가 있었어?”
까마귀가 대답했다.
“몰라.”
모두가 당황했다.
“뭐?”
까마귀가 웃었다.
“가보니까 알겠더라.”
“남들이 알려주는 답을 듣는 것과 내가 직접 가서 답을 찾는 건 전혀 다른 일이더라고.”
토끼가 물었다.
“그럼 또 갈거야, 이번엔 어디로 갈거야?”
까마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몰라.”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아무한테도 안 물어보려고.”
짧은 생각
남들과 다른 삶을 원하면서
결정할 때마다 남들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결국 남들과 비슷한 곳에 도착하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조언은 필요하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까지 남에게 맡긴다면
그 삶은 결국 내가 살아낸 삶인지, 남들이 대신 골라준 삶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끝까지 걸어본 길이
비로소 나의 길이 된다.
- 감사합니다. <반골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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