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 어른들의 동화
숲에 여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여우는 매우 성격이 급해서
무엇이든 빨리 결정하는 성격이었다.
먹을 것을 발견하면 바로 달려갔고,
좋은 자리를 발견하면 바로 차지했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가져갔다.
여우는 그것을 결단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숲의 동물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저 녀석은 성격이 급해.”
하지만 여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어느 날 아침, 여우는 숲 깊은 곳에서 이상한 열매를 발견했다.
붉고 반짝이는 열매였다.
그런데 열매 옆에는 작은 팻말이 하나 있었다.
「내일이면 가장 맛있어집니다.」
여우는 열매를 바라봤다.
그리고 팻말을 바라봤다.
다시 열매를 바라봤다.
“내일?”
여우는 피식 웃었다.
“맛있는 걸 발견했는데 하루를 기다리라고?”
옆에 있던 다람쥐가 말했다.
“그러게. 하루만 기다리면 되잖아.”
여우가 대답했다.
“하루 사이에 누가 가져가면?”
“그럼 네가 지켜보면 되지.”
여우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열매를 따버렸다.
“기다리는 건 자신 없는 녀석들이나 하는 거야.”
그날 밤 여우는 열매를 먹었다.
그런데……
퉤!
너무 맛이 셌다.
입 안이 얼얼했다.
혀가 저렸다.
여우는 물을 열 번이나 마셨다.
다람쥐가 물었다.
“괜찮아?”
여우가 말했다.
“괜찮아.”
그러고는 덧붙였다.
“원래 이런 맛이야.”
다음 날,
숲 전체가 난리가 났다.
열매가 익으면서
달콤한 향기가 숲 전체에 퍼졌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몰려들었다.
여우는 어제 자신이 먹었던 열매를 떠올렸다.
‘설마…….’
그때 부엉이가 말했다.
“저 열매는 하루가 지나면 독특한 향이 나는 아주 귀한 열매인데.”
여우의 귀가 축 처졌다.
“그럼 어제 먹은 건?”
부엉이가 대답했다.
“아마 아직 덜 익었던 모양이지.”
여우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먹을 만했어.”
다람쥐가 웃었다.
“혀가 아직 저리면서?”
여우는 모른 척했다.
그날 이후 여우는 조금 달라졌다.
무언가를 발견하면
예전처럼 바로 손을 대지 않았다.
한 번 바라보고,
한 번 생각하고,
가끔은 하루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어느 날 여우는 숲속에서 반짝이는 보석 하나를 발견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우는 멈췄다.
“음…… 하루만 기다려볼까?”
다음 날 아침,
보석은 사라져 있었다.
여우는 잠시 아쉬워했다.
“역시 기다리면 손해야.”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저녁에 비가 와서 빗물에 쓸려간거 같았다.
"역시 기다리는게 더 좋은건가?"
여우는 실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사슴이 찾아왔다.
“여우야, 혹시 어제 여기서 반짝이는 돌 못 봤어?”
“봤는데.”
“그거 우리 아기 사슴이 잃어버린 장난감이야.”
여우는 웃었다.
“아, 그래?”
그리고 보석을 돌려주었다.
사슴은 고맙다며 작은 사과 하나를 건넸다.
여우는 사과를 받아들고 말했다.
“하루 기다렸더니 사과가 생겼네.”
사슴이 웃었다.
“그건 기다려서 생긴 게 아니라 돌려줘서 생긴 거야.”
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기다리지 않았으면 못 받았겠지.”
그날 밤 여우는 혼자 생각했다.
기다린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기다리는 동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은 생겼다.
그 뒤로 여우에게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면
혼잣말을 했다.
“지금 당장 해야 하나?”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
다람쥐가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왜 하루야?”
여우가 대답했다.
“하루면 충분히 후회할 수 있거든.”
다람쥐가 웃었다.
“그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후회하는 거잖아.”
여우도 웃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천천히 하지.”
짧은 생각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화가 났을 때, 두려울 때, 욕심이 날 때처럼
감정이 앞선 순간에는 하루의 시간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될 수 있다.
오늘 내린 결정이
내일의 나에게도 여전히 옳은지 생각해보는 것.
어쩌면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급할수록 한 걸음 멈추는 것.
때로는 그 한 걸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감사합니다. <반골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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